단풍이 사라지는 가을, 기후 변화가 남긴 초록 낙엽

작년과 올해, 같은 시기의 내장산 단풍 풍경

우리나라의 가을 풍경이 예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단풍 명소에 붉고 노란 단풍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겠지만, 올해는 초록색 잎들이 떨어진 '초록 낙엽'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올해 단풍이 늦어지고 제대로 물들지 않은 이유는 가을까지 계속된 이상 고온과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상청과 산림청에 따르면, 설악산의 단풍은 보통 9월 말경에 시작되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6일 늦은 10월 초에야 첫 단풍이 시작됐습니다. 전국 21개 유명 산 중 절반 이상이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단풍의 생성 과정과 이상 기온

대개 나무들은 가을이 오면 광합성을 멈추고, 엽록소(초록색 색소)를 분해하여 겨울을 준비합니다. 기온이 점차 낮아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엽록소가 사라지면 잎 속에 남아 있던 노란색 카로티노이드와 붉은색 안토시아닌 색소가 드러나게 되죠. 이로 인해 단풍이 물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과정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9월까지 이어진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인해 나무들은 가을이 되었음에도 엽록소를 계속 생성해 초록색 잎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던 중 10월 중순에 갑작스럽게 기온이 급락하면서, 나무들은 단풍이 들지 않은 채 잎을 떨구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거리에 붉은색이나 노란색 단풍 대신, 초록색 상태로 떨어진 '초록 낙엽'이 눈에 띄게 된 것입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나무들은 정해진 생육 사이클을 따르지만,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잎을 떨구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풍 지연 현상이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가을의 단풍 시기가 늦어지거나 짧아지면서, 한국의 단풍 풍경이 점점 사라질 위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단품이 물든 나무의 이미지

단풍의 생성이 나무에 미치는 영향

단풍이 들지 않고 잎이 초록 상태로 떨어지거나 일찍 낙엽이 되면, 나무는 충분한 영양을 저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보통 나무는 가을 단풍을 통해 광합성을 멈추고 엽록소를 분해하며, 이 시기에 잎에 남아 있는 영양소와 에너지를 줄기로 회수해 겨울을 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장된 에너지는 이듬해 봄의 새싹 발아와 성장을 위한 필수 자원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잎이 초록색 상태로 떨어지면, 이 영양 회수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나무가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해 다음 해 성장에 차질을 빚게 하고, 필수적인 생태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나무는 탄소 흡수와 공기 정화, 물 순환을 통해 주변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가을에 충분한 영양을 회수하지 못하면 이러한 기능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가 이듬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대기 중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풍이 드는 가을은 나무가 다음 해 성장과 생존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단풍의 지연이나 부재는 단순히 계절 변화가 아닌 나무의 건강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